에벤에셀 (אֶבןהָעֵזֶר): 가장 처참했던 실패의 자리에 세운 소망

“사무엘이 돌을 취하여 미스바와 센 사이에 세워 이르되 여호와께서 여기까지 우리를 도우셨다 하고 그 이름을 에벤에셀이라 하니라” (사무엘상 7:12)

1우리는 흔히 에벤에셀을 승리의 기념비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이 이름이 처음 불린 장소는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패배가 있었던 곳입니다. 20년 전, 이스라엘은 바로 이 자리에서 블레셋에 참패했고 하나님의 임재를 상징하는 법궤마저 빼앗겼습니다. 그들에게 이곳은 떠올리기조차 싫은 트라우마의 땅이자 하나님의 영광이 떠났다는 절망의 장소이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미스바에 모여 회개하며 울부짖는 이스라엘을 블레셋이 다시 공격해왔을 때 하나님은 하늘에서 큰 우레를 발하여 그들을 어지럽게 하셨습니다. 그때 사무엘이 돌을 세우며 고백한 이름이 바로 에벤에셀, 즉 도움의 돌입니다. “하나님이 여기까지 우리를 도우셨다”는 이 짧은 문장 안에는 깊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단순히 이번 전투에서 이겼다는 뜻만이 아닙니다. 법궤를 빼앗기고 어둠 속을 헤매던 그 비참한 20년의 세월조차 하나님은 포기하지 않고 우리를 인도해 오셨다는 눈물의 고백인 것입니다.

하나님은 승리의 기념비를 엉뚱한 곳에 세우지 않으셨습니다. 굳이 예전의 그 처참했던 패배의 현장이자 수치스러워 고개를 들 수 없었던 바로 그 자리에 돌을 세우게 하셨습니다. 이는 우리의 가장 아픈 상처와 실패의 기억조차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는 승리의 이정표로 바뀔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과거의 수치에 매몰되어 살기를 원치 않으십니다. 오히려 그 아픈 자리를 에벤에셀이라 명명하시며, 그 상처 위로 새로운 소망의 꽃을 피워내십니다.

우리의 삶에도 각자의 에벤에셀이 필요합니다. 때로는 죄의 추격에 쫓기고 때로는 뜻하지 않은 폭풍에 휘말려 모든 것을 잃은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창조주께서는 우리가 넘어진 그 자리에서 다시 우리를 일으켜 세우십니다. 우리가 하나님께 진심으로 돌이킬 때 절망의 땅은 도움의 땅 에벤에셀로 바뀝니다. “여기까지 인도하신 하나님”이라는 고백은 앞으로의 미래 또한 그분이 책임지실 것이라는 확신에 찬 선포이기도 합니다. 오늘 당신의 가장 아픈 기억 위에 에벤에셀의 돌을 세워보십시오. 그곳이 바로 하나님의 도우심이 시작되는 영광의 통로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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