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경에는 “버린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다”는 말씀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흔히 현대 건축 양식에 익숙한 우리는 이를 건물의 기초가 되는 주춧돌이나 건물 정보가 새겨진 정초석으로 이해하곤 하지만, 성서적 맥락에서 ‘모퉁이의 머릿돌’은 일반적인 모퉁이돌과는 엄격히 구분되어야 합니다. 일반적인 모퉁이돌이 건물을 세울 때 각 모서리에 놓는 기초석이라면, 복음서와 사도행전에 기록된 헬라어 ‘κεφαλὴν γωνίας(케팔렌 고니아스)’는 문자적으로 ‘모서리의 머리’를 뜻하며, 이는 영어로 ‘Keystone(종석)’ 혹은 건물의 맨 위에 올려놓는 관석을 의미합니다.
이 종석은 아치 구조의 맨 꼭대기 중앙에서 전체 구조가 무너지지 않도록 양옆을 지탱해 주는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아치의 정점에 전략적으로 맞물려야 하는 특성상, 종석은 네모반듯한 모양이 아니라 불규칙하고 독특한 형태를 가져야만 했습니다. 이 때문에 당시 건축자들은 벽을 쌓는 데 이 돌이 거치적거리고 쓸모없다고 판단하여 내버렸습니다. 그러나 건축을 마무리하는 단계에서 이 종석이 없으면 건물은 결코 완성될 수 없으며, 만약 종석이 빠지게 되면 아치 전체가 붕괴되어 그 아래에 있는 사람들은 돌에 깔려 치명적인 부상을 입거나 목숨을 잃게 됩니다.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에서 “이 돌 위에 떨어지는 자는 깨지겠고 이 돌이 사람 위에 떨어지면 그를 가루로 만들어 흩으리라”고 경고한 배경에는 이러한 건축적 원리가 담겨 있습니다.
신학자 톰 라이트는 이 머릿돌을 다니엘서에 등장하는 ‘신상을 뜨인 돌’과 연결 지어 설명하며, 세상의 권세를 상징하는 신상을 산산조각 낸 그 돌처럼 예수 그리스도께서 자신을 거부한 대적자들을 심판하시는 분임을 강조했습니다. 사도행전에서 이 말씀을 인용한 것 역시 불신앙의 사람들이 비록 예수님을 쓸모없다 여겨 버렸을지라도, 하나님께서는 그분을 하나님 우편에 앉히시어 만물의 머리가 되게 하셨음을 선포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진리는 오늘날 우리와 교회 공동체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교회는 머릿돌 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정점으로 완전히 새롭게 세워진 하나님 나라의 공동체이며, 우리 삶의 주인이신 예수라는 종석이 빠질 경우 그 인생과 공동체는 결국 무너져 가루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 삶의 진정한 주인이자 교회의 중심임을 인정해야 하며, 그분을 중심으로 모든 마디가 연결될 때 비로소 온전하고 견고한 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