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사기 8:10-21
기드온은 지치지 않고 추격하여 미디안의 두 왕 세바와 살문나를 사로잡는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자신들을 조롱했던 숙곳과 브누엘 사람들을 엄히 징벌하며 하나님의 공의를 집행한다. 그러나 두 왕을 심문하는 과정에서 전쟁의 성격이 미묘하게 바뀐다. 기드온은 자신의 형제들이 다볼에서 그들에게 죽임당한 일을 언급하며 “내 형제들이었더라면 내가 너희를 살렸으리라”고 말한다. 이는 여호와의 전쟁이 기드온 가문의 피의 복수라는 사적인 영역으로 옮겨갔음을 보여주는 안타까운 대목이다.
기드온은 아들 예델에게 왕들을 죽이라 명령하며 그를 용사로 세우려 하지만 두려워하는 아들을 대신해 결국 직접 칼을 든다. 승리는 쟁취했으나 그 승리의 끝자락에는 하나님의 영광보다 기드온이라는 이름의 위엄과 개인적인 원한의 해결이 더 짙게 배어 있다. 300명으로 시작했던 그 겸손하고 간절했던 기드온의 마음이 어느덧 자신의 힘과 권위를 확인받으려는 마음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삶도 이와 같은 유혹 앞에 서 있다. 하나님의 은혜로 시작한 일들이 성공을 거둘 때 우리는 조용히 나의 지분을 챙기려 한다. 하나님의 공의를 세운다는 명목으로 나의 억울함을 풀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다는 구실로 나의 이름을 높이려 한다. 그러나 참된 승리는 적을 물리치는 것에 있지 않고 마지막 순간까지 “이 전쟁은 하나님의 것입니다”라는 고백을 지켜내는 데 있다.
오늘 나는 내 사명의 마침표를 어떻게 찍고 있는가? 혹시 승리의 열매를 따는 순간 나를 도구 삼으신 하나님을 잊고 있지는 않은가. 끝까지 사명을 완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끝까지 내 안의 자아를 지우고 오직 하나님 한 분만이 왕이심을 드러내는 것이다. 나의 복수가 아닌 하나님의 통치가 나의 위엄이 아닌 하나님의 거룩함이 내 삶의 최종적인 열매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