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약 성경의 갈피 속에 숨겨진 가장 아름다운 이름 중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여수룬(Jeshurun)’일 것입니다. 이 이름은 이스라엘의 본래 이름인 야곱이 가진 속이는 자라는 어두운 과거를 지우고 하나님께서 새롭게 입혀주신 영광스러운 옷과 같습니다. 히브리어 어원상 ‘곧은 자’, ‘의로운 자’, ‘사랑받은 자’를 뜻하는 이 별칭은 하나님께서 당신의 백성을 얼마나 각별한 애정으로 바라보시는지를 응축해서 보여줍니다.
여수룬이라는 호칭이 지닌 의미는 조건 없는 선택에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광야 길을 걷는 동안 끊임없이 불평하고 거역하던 민족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그들을 야곱이라 부르며 꾸짖으시는 대신 때때로 여수룬이라 부르며 그들이 도달해야 할 거룩한 정체성을 일깨우셨습니다. 이는 그들이 실제로 의로워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의로운 존재로 빚어져 갈 것을 기대하시는 창조주만의 전적인 은혜를 상징합니다.
하지만 성경은 여수룬이라는 이름 뒤에 엄중한 경고의 메시지 또한 배치합니다. 신명기 32장에는 “여수룬이 기름지매 발로 찼도다”라는 뼈아픈 기록이 등장합니다. 하나님으로부터 가장 큰 사랑을 받고 풍요를 누리던 이들이 오히려 그 풍요에 취해 자신들을 지으신 하나님을 잊어버린 것입니다. 이는 ‘사랑받는 자’라는 신분이 특권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그 사랑에 합당한 의로움의 삶을 살아내야 한다는 영적 책임을 동시에 부여합니다.
결국 이 고귀한 이름 여수룬은 구약의 이스라엘을 넘어 오늘날 우리에게로 이어집니다. 우리는 이제 율법의 행위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대속과 부활을 통해 하나님 앞에 거룩하고 흠 없는 여수룬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그리스도의 보혈로 덧입혀진 이 의로움은 결코 우리가 스스로 쟁취한 것이 아닌 전적인 은혜의 산물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과거 이스라엘의 전철을 되풀이해서는 안 됩니다. 하나님의 눈에 가장 사랑받는 자이자 의로운 백성으로 일컬어지는 영광을 얻었기에 이제는 그 신분에 합당한 삶의 열매를 맺으며 하나님의 공의를 삶으로 증명해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