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의 고백: 십자가를 막으려는 최후의 전략

복음서를 보면 예수님께서 귀신 들린 자를 회복시키실 때, 귀신들이 먼저 예수님 앞에 엎드려 “하나님의 아들”, “하나님의 거룩한 자”라고 외치는 장면이 나옵니다. 왜 귀신들은 예수님을 향해 이런 고백을 쏟아냈을까요?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예수님께서 공생애를 시작하시기 전, 광야에서 사탄에게 받으신 세 가지 시험을 먼저 살펴봐야 합니다.

광야의 시험은 표면적으로는 ‘돌을 떡으로 만드는 것’, ‘성전 꼭대기에서 뛰어내리는 것’, ‘천하 만국을 얻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이 시험을 성도가 이겨내야 할 유혹으로 해석하곤 합니다. 하지만 사탄이 던진 이 시험의 본질적인 목적은 단 하나, 예수님을 다시 ‘하나님의 아들’의 자리로 회복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사탄은 매 시험마다 **“네가 만일 하나님의 아들이어든”**이라는 조건을 내세우며, 예수님께 하나님의 아들로서의 능력을 증명하라고 압박합니다.

예수님은 온전한 인간의 몸으로 이 땅에 오셨습니다. 예수님이 우리와 똑같은 인간의 몸으로 오셔야만 우리의 모든 죄를 대신 짊어지고 십자가 위에서 흠 없는 희생제물이 되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예수님이 사탄의 유혹에 응하여 스스로 하나님의 아들임을 증명하며 신적 권능을 사용하셨다면, 그분은 더 이상 인간의 대표자로서 대속의 죽음을 죽으실 수 없게 됩니다. 즉, 사탄의 시험은 예수님이 인간의 몸으로 십자가에 오르시는 것을 막기 위해, 다시 신의 자리로 되돌아가라고 부추긴 교묘한 덫이었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귀신들이 왜 예수님을 향해 “당신은 하나님의 아들이니이다”라고 소리쳤는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흔히 이를 ‘귀신조차 예수님의 정체를 알아보고 고백한 것’이라 해석하지만, 사실 이 고백은 베드로가 고백했던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입니다”라는 신앙 고백과는 그 본질부터가 다릅니다.

귀신의 목적은 명확합니다. 예수님이 인간으로서 희생제물이 되는 것을 끝까지 방해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인간으로 죽지 않으셔야만, 인류를 죽음의 권세 아래 영원히 묶어둘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귀신들은 만나는 자마다 예수님을 ‘하나님의 아들’로 호칭하며, 그분을 다시 신적 영광의 자리로 끌어올리려 했습니다. 결국 귀신의 고백은 광야 시험의 연장선상에 있는 ‘교활한 유혹’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이 모든 속박을 꿰뚫어 보셨기에, 귀신들을 꾸짖으시며 “잠잠하라”고 명하시고 그들을 내쫓으신 것입니다.

우리를 구원하고자 하신 예수님의 사랑은 단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습니다. 사탄의 집요한 ‘회유’와 귀신들의 ‘부추김’ 속에서도 예수님은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영광을 내려놓고, 끝까지 무력한 인간의 길을 걸어가셨습니다.

사순절 기간을 보내고 있는 지금, 나를 위해 ‘하나님의 아들’이기를 거부하고 ‘인간의 아들’로 죽으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묵상합니다. 그 숭고한 죽음과 부활 앞에 거룩한 떨림으로 나아가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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