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호와께서는 자기 백성을 기뻐하시며 겸손한 자(아나빔)를 구원으로 아름답게 하심이로다” (시편 149:4)
인생을 살다 보면 나의 모든 밑천이 바닥나는 순간을 마주합니다.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하고 건강을 잃거나 쌓아 올린 공든 탑이 무너져 내릴 때 우리는 세상으로부터 실패자라는 낙인을 찍힙니다. 하지만 성경은 그런 이들을 향해 아주 특별하고도 고결한 이름을 불러줍니다. 그것이 바로 ‘아나빔(Anawim)’입니다.
히브리어로 ‘아나빔’은 단순히 가난한 사람, 겸손한 사람을 뜻하지 않습니다. 이 단어의 뿌리는 ‘괴롭힘을 당하다’, ‘낮아지다’라는 뜻을 품고 있습니다. 즉, 자신의 힘으로는 도저히 일어설 수 없어 철저히 낮아진 상태 그래서 오직 하나님의 도우심만을 갈망하며 그분께 매달릴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뜻합니다.
세상의 정체성은 내가 ‘무엇을 가졌는가’로 결정되지만 아나빔의 정체성은 내가 ‘무엇을 잃었는가’에서 시작됩니다. 아나빔은 가난하고 싶어서 가난해진 사람들이 아닙니다. 삶의 거친 풍랑에 떠밀려 세상의 모든 의지처를 잃어버린 자들입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바로 그 텅 빈 빈손 때문에 그들은 하나님을 온전히 소유하게 됩니다.
내 손에 쥔 것이 많을 때는 하나님의 손을 잡을 공간이 없었지만 모든 것을 내려놓게 된 순간 비로소 창조주 하나님의 손을 꽉 잡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아나빔은 외적으로는 궁핍하나 영적으로는 가장 부요한 자들이며 하나님께서 당신의 비밀을 가장 먼저 들려주시는 ‘하늘의 귀족’들입니다.
성경은 하나님이 강한 자의 오만함보다 아나빔의 신음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신다고 증언합니다. 아나빔에게 하나님은 멀리 계신 창조주가 아니라 당장 숨이 넘어가는 순간에 산소를 공급해 주시는 유일한 생명줄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아나빔의 눈물을 당신의 병에 담으시고 그들의 낮아진 마음을 성소로 삼아 거하십니다.
우리가 흔히 놓치고 지나가는 사실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산상수훈에서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라고 말씀하셨을 때 그 마음의 주인공이 바로 아나빔입니다. 하나님만 아니면 살 수 없다고 고백하는 그 절박한 심령 위에 천국이 임한다는 선언입니다.
만약 지금 당신이 인생의 광야에서 홀로 남겨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면 혹은 너무 많이 낮아져서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다고 느낀다면 기억하십시오. 당신은 지금 실패의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가장 특별한 백성인 ‘아나빔’으로 부름받은 자리에 있는 것입니다.
아나빔으로 산다는 것은 구걸하는 삶이 아닙니다. 오직 하나님 한 분만으로 만족하는 법을 배워가는 가장 고결한 훈련의 과정입니다. 세상의 소음이 잦아들고 나의 자랑이 멈춘 그 자리에서 아나빔을 향한 하나님의 세밀한 위로를 경험해 보십시오. 오직 하나님만 남은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신비로운 평안이 당신의 영혼을 아름답게 물들일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