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대변되는 이 원리는 라틴어로 탈리온 법(Lex Talionis)이라 불립니다. 생명을 해치면 생명으로, 상해를 입히면 동일한 부위의 보복으로, 경제적 손실은 동일한 액수로 갚아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오늘날 중동 지역을 비롯한 국제 사회의 수많은 갈등과 전쟁 이면에는 당한 만큼 되돌려주어야 한다는 이 법의 논리가 뿌리 깊게 박혀 있습니다. 그 결과 끊이지 않는 폭력과 유혈 사태의 악순환을 낳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입니다.
성경에서도 이 탈리온 법이 등장합니다. 레위기 24장 20절은 “상처에는 상처로, 눈에는 눈으로, 이에는 이로 갚을지라. 남에게 상해를 입힌 그대로 그에게 그렇게 할 것이며”라고 기록합니다. 반면, 마태복음 5장 38-39절에서 예수님은 “또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갚으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악한 자를 대적하지 말라. 누구든지 네 오른편 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대며”라고 말씀하십니다.
겉보기에 두 말씀은 서로 충돌하는 듯 보이지만 말씀의 수신자를 살펴보면 그 진의를 알 수 있습니다. 레위기 24장은 가해자가 지켜야 할 엄중한 책임과 공의를, 마태복음 5장은 피해자가 가져야 할 용서의 태도를 다루고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이 말씀을 본인의 입맛에 맞게 자의적으로 해석하곤 하지만 원독자의 관점에서 정독한다면 성경이 추구하는 진정한 화평의 의미를 깨닫게 됩니다.
공동체 안에서 가해자가 자신의 책임을 통감하며 레위기의 말씀을 적용하고 피해자가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마태복음의 말씀을 실천한다면 모든 분쟁은 사라질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인간의 본성만으로는 지키기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성경의 본질은 보복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용서하고 품는 것에 있습니다. 가해자는 겸손히 용서를 구하고 피해자는 그를 용납함으로써 비로소 하나 됨을 이룰 수 있습니다.
창조주이신 예수님은 이 땅에 오셔서 자신을 모욕하고 십자가에 못 박은 이들조차 보복하지 않으시고 사랑으로 품으셨습니다. 그 무한한 용서의 증거가 바로 죄로 죽을 수밖에 없던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이제 우리는 하나님께 받은 긍휼과 은혜를 기억하며 나에게 상처 준 이들을 용서하기로 결단해야 합니다. 당장은 마음이 아프고 답답할지라도 하나님의 사랑을 구하며 용서를 선택할 때 비로소 마음을 짓누르는 올무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또한 가해자는 진심 어린 사과와 합당한 책임을 통해 죄의 사슬을 끊어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은 사랑으로 세상을 품고 변화시키는 자들입니다. 우리가 서로 용서하고 사랑으로 하나 될 때 세상은 비로소 우리를 그리스도의 제자라 부르게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