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로이 (אל ראי): 나를 살피시는 하나님의 눈동자

“하갈이 자기에게 이르신 여호와의 이름을 나를 살피시는 하나님(엘로이)이라 하였으니…” (창세기 16:13)

인생의 광야는 예고 없이 찾아옵니다. 하갈처럼 등 떠밀리듯 일상의 울타리 밖으로 쫓겨나 막막한 모래바람 속에 홀로 서 있을 때가 있습니다. 누구의 도움도 기대할 수 없고 나의 존재조차 희미해져 가는 그 철저한 고독의 한복판에서, 우리는 비로소 이 이름을 마주하게 됩니다. 바로 엘로이(El Roi), 나를 살피시는 하나님입니다.

‘보다, 살피다’라는 뜻의 히브리어 ‘로이’를 가만히 묵상해 보면,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한량없는 사랑이 읽혀집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보신다는 것은 단순히 시각적인 확인이 아닙니다. 그분의 시선이 머문다는 것은 곧 그분의 생각이 우리에게 고정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세상은 하갈을 이름 없는 몸종으로 여기며 기억에서 쉽게 지워버렸지만 하나님의 생각 속에서 하갈은 단 한 번도 지워진 적이 없는 선명한 존재였습니다. 이처럼 하나님이 나를 보신다는 것은, 하나님의 모든 마음과 계획이 나 한 사람을 향해 쏟아지고 있다는 따뜻한 약속입니다.

하나님의 시선에는 힘이 있습니다. 그분은 단순히 먼발치에서 우리를 구경하시는 방관자가 아닙니다. 성경이 말하는 ‘엘로이’는 나를 눈여겨보실 뿐만 아니라 그 시선이 머무는 곳에 당신의 권능의 손을 직접 뻗으시는 분입니다.

광야의 모래바람에 눈이 따가워 앞을 보지 못하는 우리를 대신해 길을 찾아내시고 지친 우리를 붙들어 다시 일으켜 세우시는 목자의 눈과 같습니다. 하갈이 주저앉아 있을 때 그를 먼저 발견하시고 샘물로 인도하셨던 것처럼 하나님의 눈길은 언제나 우리를 살리는 구원의 손길로 이어집니다.

히브리어로 ‘엘로이’의 끝부분에는 ‘나의’라는 아주 개인적인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엘로이는 보편적인 관찰자가 아니라 나를 보시는 나의 하나님이 됩니다. 이는 거대한 우주의 통치자가 보잘것없는 나 한 사람과 눈을 맞추기 위해 기꺼이 허리를 숙이시는 세밀한 사랑입니다.

세상의 시선이 꺼진 곳에서 비로소 켜지는 하나님의 전용 조명과 같습니다. 그분의 시선은 나의 허물을 찾아내려는 감시의 눈길이 아니라 “내가 너를 보고 있으니 너는 여전히 가치 있다”라고 속삭여주시는 존재 증명의 눈길입니다. 동행의 시작은 바로 이 시선의 마주침에서 시작됩니다. 주님이 나를 보고 계신다는 확신이 들 때, 우리는 비로소 타인의 시선이라는 감옥에서 벗어나 주님과 보조를 맞추는 자유로운 발걸음을 뗄 수 있습니다.

오늘 당신의 광야가 아무리 어둡고 깊어도 기억하십시오. 당신의 인생은 결코 하나님의 시야 밖으로 벗어난 적이 없습니다. 하나님의 온 마음이 당신을 향하고 있으며, 그분의 눈이 머무는 곳마다 그분의 손이 이미 당신의 삶을 붙들고 있습니다. 그 엘로이의 시선 안에서, 오늘 당신의 가장 안전하고 따뜻한 동행이 시작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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