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사기 8:22-35
미디안을 물리친 기드온에게 백성들이 찾아와 “당신과 당신의 자손이 우리를 다스려 주소서”라고 요청한다. 기드온은 “여호와께서 너희를 다스리시리라”며 왕의 자리를 단호히 거절한다. 신앙적으로 완벽해 보이는 대답이었다. 그러나 기드온은 곧이어 백성들에게 금 귀고리를 요구하여 그것으로 에봇 하나를 만든다. 이 에봇은 기드온의 성읍 오브라에 세워졌고 결국 온 이스라엘이 이를 음란하게 위함으로써 기드온과 그의 집에 올무가 되었다.
기드온은 권력의 자리는 거절했지만 종교적 위엄과 경제적 풍요라는 현실적 이익을 포기하지 못했다. 입술로는 하나님의 통치를 선포했으나 그의 손이 만든 금 에봇은 백성들의 시선을 하나님이 아닌 기드온의 업적과 형상에 머물게 했다. 기드온이 살아있는 동안에는 평온했으나 그가 죽자마자 이스라엘은 기다렸다는 듯 바알들을 따라갔다. 이는 기드온이 세운 에봇이 하나님을 향한 진정한 신앙이 아닌 인간 기드온을 향한 변질된 열심이었음을 보여준다.
우리의 영적 마무리는 어떠한가? 우리는 종종 사역의 성공 뒤에 “모든 영광 하나님께”라고 말하지만, 동시에 나만의 에봇을 만들고 있지는 않은가. 나의 사역, 나의 명예, 나의 경험이라는 에봇을 세워두고 은연중에 사람들이 하나님보다 나를 더 주목하게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아야 한다.
진정한 신앙은 위대한 업적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내가 떠난 자리에도 여전히 하나님 한 분만 남게 하는 것이다. 내가 만든 에봇이 다음 세대의 올무가 되지 않도록 우리는 끊임없이 내 손에 쥐어진 금 귀고리를 내려놓아야 한다. 끝까지 겸손하게 하나님만 왕으로 모시는 삶, 그것이 우리가 끝까지 지켜내야 할 거룩한 사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