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얼굴을 보고: 치유되지 못한 상처와 그 아픈 부작용에 대하여

아내와 함께 영화 ‘얼굴’을 보았습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후에도 한동안 가시지 않는 복잡한 마음을 안고, 두서없지만 진솔한 기록을 남겨봅니다.

영화 속 주인공은 맹인이라는 신체적 한계와 세상의 멸시를 이겨내고 국가가 인정한 장인의 반열에 오른 인물입니다. 겉보기엔 모든 풍랑을 이겨내고 존경받는 삶을 일궈낸 듯 보였지만 뜻밖의 사건을 통해 그의 깊은 내면에 여전히 아물지 않은 채 숨겨져 있던 날카로운 상처가 드러납니다.

어린 시절부터 받아온 조롱과 무시의 기억은 너무나 깊어서 세월이 흐른 뒤 주변 사람들이 건네는 호의와 도움의 손길마저 동정이나 비수로 왜곡해 받아들이게 만듭니다. 그 아픈 방어 기제를 보며 마음이 참 시렸습니다.

한 선교 단체에서 20여 년간 사역하고 목회 현장에서 수많은 상처 입은 영혼들을 마주해 왔습니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자신의 아픔을 인지하면서도 정작 용서와 회복의 문턱 앞에서 주저앉거나 오히려 자신을 돕고자 했던 이들의 진심을 오해하며 비방의 화살을 돌리는 분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선한 마음으로 곁을 지키며 함께 기도하고 공감과 권면의 시간을 쌓아가지만 그 진심이 왜곡되어 돌아올 때면 사역자로서 인간적인 허탈함과 고뇌가 밀려오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날 선 반응들이 사실은 ‘더 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다’는 비명임을 알기에, 그 비난조차 고스란히 받아내며 침묵으로 견뎌야 하는 시간들이 비일비재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분들은 여전히 제 기도 리스트의 가장 앞자리에 머물러 있습니다. 인간의 위로나 상담으로는 닿을 수 없는 영혼의 가장 깊은 곳을 오직 보혜사 성령님께서는 만지실 수 있음을 믿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때가 되면 굳게 닫힌 마음의 빗장이 풀리고 진정한 회복의 길로 들어서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깨어진 심령이 더 이상 부작용을 낳지 않고 주님의 은혜 안에서 아름다운 피조물로 다시 태어날 그날을 위해 오늘도 묵묵히 기도의 자리를 지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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